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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토바이 배달원의 수입이 늘어나는 이유

by 탄슈 202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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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음식이나 생필품을 배달해주는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건당 배달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 강남지역의 요기요 플러스 배달료는 평균 6000원에서 최근 8000원으로 올랐고 1주일에 20건 이상을 배달하면 7만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도 생겼습니다.

 

◆ 배달료가 왜 오르나

가격이 오르는 원인은 모든 분야가 동일합니다.

오토바이 배달을 원하는 곳은 많아지고 있는데 배달원의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집에 가만히 있고 필요한 것은 배달을 시키는 걸 점점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무더위와 장마, 코로나 바이러스도 물론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른 이유도 겹쳤습니다.

과거에는 음식배달이 라이더의 주업무였지만 최근에는 즉석식품이나 생필품 배송을 위한 라이더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오늘 필요한 생필품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받아볼 수 있는, 쉽게 요약하자면 대신 장봐주기 서비스들이 생겨난 탓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배달의 민족이 운영하는 B마켓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최근 2000명 수준인 오토바이 라이더를 3000명까지 늘리기로 하고 라이더 모집에 나섰습니다.

100만원의 사이닝보너스도 걸었습니다.

 

◆ 몸값이 올라가는 원리

오토바이 라이더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는 현상은 노동자들의 소득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재미있는 단면입니다.

 

오토바이 배달원은 그 신분이 정규직도 아니고 그러므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도 않으며, 고용안정성은 0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되는 그 어떤 보호장치도 없는데 그럼에도 임금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결국 라이더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현상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고용안정성이나 최저임금법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라이더의 몸값이 올라가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배달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배달료를 내더라도 내가 직접 힘들여 걸어나가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받아보고 싶다는 욕구는 고객들의 소득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입니다.

고객들의 가처분 소득 또는 그들의 소비욕구가 높아지는 게 내 임금이 올라가는 중요한 조건이라는 의미입니다.

내 주변에 고소득자들이 많아지면 내가 그 고소득자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내 임금도 저절로 올라갑니다.

그들의 소득이 올라가면서 과거에는 구입하지 않았던 내 노동력을 직간접적으로 구입해서 여가를 즐기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낙수효과라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오토바이 배달원의 소득이 올라가는 또 다른 이유는 오토바이 배달원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토바이 배달원 지원자가 수요에 비해 적은 이유는 라이더 말고도 다른 괜찮은 일자리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직접 관계는 없더라도 이런 저런 다양한 직업군들의 소득이 모두 올라가는 게 내 소득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그래야 그들이 내 직업을 넘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일자리들이 생계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면 라이더의 처우가 지금보다 더 열악해져도 라이더 지원자들이 넘쳐날 것입니다.

 

◆ 라이더 몸값은 왜 계속 오를까

임금이 오르는 것은 근로자에게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고객의 구매욕구를 줄이는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택시의 효용은 언제나 같지만 택시비가 두 배로 오르면 택시 승객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라이더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지금 수준의 비용이라면 기꺼이 지불하고 편함을 선택하겠다는 고객들이 계속 생기기 때문입니다.

비용이 올라가면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고객의 숫자는 당연히 줄어듭니다.

 

배달료는 지금도 고객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가격일수도 있습니다.

배달대행업체들이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라간 배달료를 스스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식당이나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그런 업체들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돈으로 라이더 배달료를 주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는 매우 원론적인 설명이 라이더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라이더의 몸값의 결정 구조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라이더의 몸값이 요즘은 오르고 있지만, 반대로 어느 날부터 라이더의 몸값이 내려가고 급여가 낮아지기 시작한다면 그 원인을 수요의 변화 또는 수요자인 고객의 소득 감소, 라이더 이외의 다른 직업군의 감소 등에서 찾아야지 라이더와 그들을 고용하는 시스템 사이의 갑을 관계나 라이더의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제도의 부재 등에서 찾으면 꽤 오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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