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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매출 5조, 구글에 세금을 매기려면

by 탄슈 201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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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지난해에 한국에서 앱 판매로 올린 매출은 5조 4,0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유튜브 광고 매출도 연간 2,000억 원 이상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구글이 낸 전체 세금은 2015년 기준으로 200억 원 안팎입니다.

 

네이버는 한 해에 5조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법인세를 4,200억 원 이상 냅니다. 왜 비슷한 매출을 올리는데 구글은 세금을 적게 내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구글세입니다. 하지만 구글세의 도입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 구글은 왜 세금을 적게 내는가?

구글 같은 인터넷 사업자는 세금을 크게 두 가지 종류를 냅니다. 하나는 이익에 대해 납부하는 법인세와 다른 하나는 거래할 때마다 내는 부가세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 플레이 마켓에서 1만 원짜리 앱을 구입하면 1만 원의 10%인 1,000원의 부가세를 소비자가 냅니다. (구글은 이 돈을 걷어놨다가 3월에 한 번씩 국세청에 냅니다.) 네이버에서 게임머니나 웹툰을 구입해도 이런 부가세를 냅니다.

 

이건 소비자가 내는 세금을 네이버나 구글이 잠시 보관했다가 내는 것이니 사실은 구글이나 네이버가 내는 세금은 아닙니다. 그러나 구글은 이조차도 내지 않고 있다가 2015년 8월부터 내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세법상 국외 사업자가 제공하는 디지털 상품은 부가세 납부 의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지금은 부가세는 둘 다 내고 있다면, 결국 구글이 법인세를 잘 안 낸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구글은 한국에서 얻은 이익이 거의 없다고 신고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구글은 한국에서 하는 사업은 한국의 광고주들에게 구글 광고를 하도록 권유하고, 그 대가로 구글 본사에서 광고 유치 수수료를 받으며, 그 수수료로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남는 돈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냅니다.

 

■ 한국의 광고주들이 구글에 내는 광고료나 앱을 판매하고 받은 돈은 그럼 누가 벌어가는 돈인가요?

구글은 그걸 구글 코리아가 아니라 구글 아일랜드가 번 돈이라고 설명합니다. 구글의 지적재산권과 구글이 그 광고나 앱을 판매하는 서버가 아일랜드에 있기 때문입니다.

 

■ 서버가 아일랜드에 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번 돈이면 우리나라 국세청이 법인세를 부과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 국제적인 분쟁거리가 됩니다. 법인세는 고정사업장이 있는 나라에서 부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가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에서 벌어들인 이익도 서버를 한국에 두고 벌어들인 돈은 그 나라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대한민국 국세청에 냅니다.

 

나라 간에 그렇게 합의를 한 것인데 한국만 "그런 규정은 모르겠고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번 돈이니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라"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미국 기업들에게는 한미 FTA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데 미국의 기업도 한국은 '내국민대우'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별도의 과세를 하기 어렵습니다.

 

■ 서버를 강제로 우리나라로 가져오도록 할 방법은 없나요?

서버를 어디에 두고 사업을 하건 그건 사업주체인 기업이 결정할 일입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그걸 강제할 방법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 같은 금융회사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우리나라에 서버를 둔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만 이용하라는 규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도 불필요한 규제라고 볼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구글이 적어도 금융회사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려면 서버를 한국 내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그런 규제를 도입했고 구글은 서버를 한국으로 가져올 계획입니다.

 

■ 그럼 구글도 세금을 공정하게 내게 되나요?

구글이 세금을 적게 내고 있지만 위법은 아니니 불공정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서버를 국내로 가져오면 한국에 법인세를 전보다 많이 내게 될 겁니다. 다만 서버를 가져오는 사업이 구글의 모든 서비스가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사업이어서 구글은 그 사업만 분리해서 한국에 서버를 두고 그 사업에 대한 이익만 법인세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역시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지적재산권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본사에 상당액의 로열티를 보내게 되면 실제 이익은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다른 방법은 없나요?

구글의 서비스가 아일랜드 서버에서 제공되는 것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것이라면 관세를 매기는 방법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디지터 상품에 대한 세금을 새로 만들어서 매기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즉 앱이나 게임,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은 마치 술에 붙는 주세나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처럼 디지털상품세를 매기는 겁니다.

 

그러면 구글이 판매하는 디지털 제품에 대해서도 과세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네이버나 다음, 엔씨소프트 등 국내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같은 과세를 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럼 국내법인에 비해 구글이 법인세를 덜 내는 문제는 계속 해결되지 않는 겁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문제는 본질적으로는 국가별 법인세 인하 경쟁의 산물입니다. 아일랜드 같은 국가들이 "법인세를 낮춰줄 테니 우리나라에 서버를 두라"라고 유혹하는 것을 다른 나라가 막기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애국심을 바탕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 투자구역을 만들어서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법인세를 깎아주기도 하는 투자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 보면 그런 종류의 "반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괜찮고 어디부터는 반칙인지에 대한 국제적 룰이 없습니다.

 

■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요?

광고 매출의 3%에 세금을 매기도록 한 프랑스의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광고 영업을 하는 다른 곳(대표적으로 언론사)에도 같은 원칙으로 세금을 매겨야 해서 반대가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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