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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양자 컴퓨터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by 탄슈 2019.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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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 갑자기 ‘양자’라는 단어를 온갖 미디어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기존과는 완벽히 차별화되는 어떤 커다란 변화를 의미하는 단어로, ‘퀀텀 점프’라는 표현이 종종 쓰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퀀텀 혹은 양자라는 단어는, 물리학 교과서 혹은 마블 영화 <앤트맨>과 같은 SF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전문 용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 10월 23일, 구글이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자신들이 만든 “양자 컴퓨터로 양자 우월성에 도달했다”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다음이었습니다.

양자가 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 등 어려운 개념까지 이야기하는 기사들이 있어 읽다 당황하는 경우가 있었을 정도입니다.

 

■ 대체 양자가 뭔가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양자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작은 물리량(길이, 무게, 에너지 등)의 단위를 일컫는 말이라는 것 정도는 기억을 되살리고 시작해야 합니다.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나 빛을 구성하고 있는 광자 등이 양자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양자들은 워낙 크기가 작아서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의 법칙들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양자들 사이에 적용되는 물리학의 법칙을, 과학자들은 양자 역학이라고 부르며 연구해왔습니다.

그렇게 과학자들의 연구 과제였던 양자가 컴퓨터와 연계될 것이라는 것은 수십년 전부터 예견되어 왔습니다.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트랜지스터라는 전기 스위치를 통해 구현되는 0과 1이라는 비트(bit)의 조합으로 구동됩니다.

최초의 컴퓨터가 개발된 이래 더 빠르게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하기 위해, 트랜지스터를 작은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이 넣는 기술들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트랜지스터 하나의 크기가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까지 작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던 것입니다.

너무 작게 트랜지스터를 만들다 보면 양자 역학이 적용되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어, 전자의 움직임을 기존과 같이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 과학자들이 아예 양자 자체의 특성을 활용해 컴퓨터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됩니다.

 

그 아이디어는 간단하게 말해서, 양자를 마치 트랜지스터처럼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활용되는 양자 하나가 만들어내는 비트를 큐비트(퀀텀 비트, Qubit)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기가 통하냐 안 통하냐에 따라 0과 1만 표현 가능한 트랜지스터와 달리, 양자 역학에 지배받는 양자는 0과 1은 물론 그 사이 어딘가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 그럼 기존 컴퓨터와 뭐가 달라지나요?

이른바 양자 중첩 현상이라고 부르는 이런 특성을 활용하는 양자 컴퓨터의 아이디어는, 완전히 획기적이었습니다.

큐비트가 하나 늘어날수록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2제곱배씩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2비트는 한번에 0부터 3까지 중에서 하나의 숫자만을 나타낼 수 있는 반면, 2큐비트는 동시에 4가지 숫자를 모두 나타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정작 관련 학계로부터는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양자의 세계를 통제하여 어떤 작업을 시키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구글, IBM, 인텔, 마이크로 소프트 등의 공룡 IT기업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자하여 여러 가지 대안을 고안해냈고,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IBM 같은 경우는 이를 제품화하여 판매까지 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기술적 한계가 아직 많이 있어서, 아주 특별한 용도로 사용되는 수준이고 그 성능도 기존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진 슈퍼컴퓨터들에게는 필적하지 못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구글이 새로운 양자 컴퓨터 칩을 적용한 제품으로 특정 연산에서 슈퍼컴퓨터를 앞지르는 성과를 냈습니다.

양자 우월성이라는 말은 바로 그러한 역전 현상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에 경쟁자인 IBM이 즉각 구글의 논문이 과장되어 있다고 반발했고, 인텔은 양자 실용성이라는 개념에서는 너무도 부족한 면이 많다며 구글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구글의 발표가 향후 IT기술 발전에 있어서 하나의 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 그럼 양자 컴퓨터는 앞으로 어떻게 쓰일까요?

그렇다면 과연 양자 컴퓨터가 단기적으로 양자 실용성까지 갖추게 될까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컴퓨터들과 같이 범용성을 가지고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단계가 아니고, 그 설계, 제작 및 구동 자체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굳이 이를 도입하려는 기업이나 단체도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쓰긴 더 어렵습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의 기능도 제대로 쓰기 버거운 것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양자 컴퓨터는 극저온에서만 기능하기에 일반 컴퓨터처럼 책상에 두고 쓸 순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연산능력이 더욱 개선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엄청난 시뮬레이션 연산이 필요한 화학, 제약, 바이오, 환경, 교통 등의 분야에서는 분명 크게 환영 받을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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